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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나에게 정신적 지도자였다’ 군포시 속달동 덕고개 마을에 사는 박상오 옹(69세)의 좌우명이다.
군포시 속달동은 군포시가 승격된 지가 30년이 넘었어도 옛 마을을 그대로 유지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수리산 자락에 자리한 물과 공기가 좋고 인심이 후한 우리네 고향 같은 느낌이다.
효종의 넷째딸 숙정 공주가 잠들어 있고 군포 팔경의 하나인 당숲이 30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다. 박상오 옹은 3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나 6대째 살아오고 있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1950년도에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많지도 않은 부모님 농사일을 돕다가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산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도회지로 나갔다.
18세 때 운전면허를 취득해 1년 후 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가 올해로 50년째를 맞는다. 또래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그는 일찍 세상에 뛰어들었다, 가난과 배우지 못한 그의 각오는 비장했다.
택시 일을 하고 남은 시간은 농사일을 도왔다. 한창 먹을 나이인데도 하루에 두 끼만 먹고 살면서 돈을 벌 줄만 알았지 돈 쓸 줄을 몰랐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번 돈을 항아리 속에 모아 두었다가 가득 차면 정기 적금을 넣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날 때쯤 지인의 중매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월세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도 사게 되고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한테는 절대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일류 대학에 입학시켜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로 했다.
그래서 큰아들은 대기업 중진으로. 둘째는 교육 공무원, 셋째는 치과 의사로 성공시켰다.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던 집을 형님이 팔아 없애자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제사 모실 집이 없게 됐다. 효심이 지극한 그는 끼니를 거르면서 모은 거액을 들여 형님네 집을 마련해 드렸다.
근면 검소가 몸에 밴 그는 지금도 돈 쓰는 데 인색하지만 돈은 써야 할 때는 쓰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가슴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라는 질문에 갑자기 눈시울이 불거졌다.
아내가 임신해 통닭이 먹고 싶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게 지금도 정말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왔기에 3남매를 다 좋은 대학에 보내고 결혼시켜 사회 중견인으로 훈육한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하다고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지금의 아내 이순금 여사가 가장 큰 역할을 해줬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땅이 많아 땅 부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재력가이지만 지금도 그는 일손을 놓지 않는다. 이제는 쉴 여유인데도 놀면 뭐하냐며 여태껏 열심히 살아오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며 ‘가난은 좌절이 아닌 정신적 교훈이었다.’고 다시 전해준다.
오늘도 택시 운전 50년째를 맞은 박상오 옹은 여는 때와 다름없이 시민들의 발이 되어 힘차게 새벽길을 가른다.